[뷔진] 연애는 시즌2에서 할게요

저절로 손이 가게 하는 긴 속눈썹. 신이 있다면 전력을 기울여 만들었음이 분명한 뚜렷한 얼굴과 이목구비의 선들. 그리고 그 가운데 위치한 까맣고 반짝거리는 눈동자. 석진은 조수석에 앉아 태형의 옆 얼굴을 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태형은 분명 전과 같지 않다. 그건 태형이 김 대표를 만나러 다녀 온 이후부터가 분명하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많지만 간혹 ...

“형, 얘네가 형 꼭 한 번 보고 싶었대” “선배님 진짜 저희 너무 선배님 뵙고 싶었어요 저희 영화 보고 전부 다 울었잖아요 흑” “얘네가 형더러 지구 상의 얼굴이 아니래!” “선배님 얼굴에서 빛이 나요....” “어우, 지금까지 내 얘긴 하나도 안 하고 형 얘기만 하더라니까?” “하하하.. .고마워요...” 태형은 후배들이 석진에 대한 찬양을 늘어 ...

[.....] “얘기해요. 나 맞아요” 대뜸 큰소리라도 칠 줄 알았더니 고요하다. 태형의 청에 못 이겨서 전화를 받긴 받았지만, 이 통화가 저 발끝에서부터 자신을 칭칭 휘감아 올라 와 숨통을 조일 덩굴 같은 거란 느낌은 그대로다. 받지 않고 그냥 둔대 봐야 남들 귀찮은 일 만들 게 뻔하다. 그래서 받았다. 돈이 필요하다면 금세 회사로 전화를 돌릴 테니까....

“어 누나” “왔네....” “대표님은요?” “안에...” “............” “자기야, 화부터 내지 말구 일단 얘길 잘 해봐” “.... 걱정마요 누나” 불길한 예감은 꼭 불길한 사건을 부른다. 어쩐지 엄마에게선 전화가 다시 걸려 오지 않았다. 만약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면 분명 받을 때까지 전화를 해 댔을 것이다. 다시 전화가 오지 ...

“어떤데?” “............” “이 침묵은 뭐야. 만든 사람 뻘쭘하게” “너무 좋아서” “뭐지? 이 형 곧 울 것 같은데?” 태형이 석진의 눈앞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석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작게 도리질 친다. 방금 윤기가 곡을 붙인 노래의 가이드 음원을 들었다. 노랫말의 음소 하나 하나가 작은 모래 알갱이가...

“너 면도 좀 해야겠다” “아.. 그러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그는 필시 무척 장난꾸러기에다가, 시기심 많고 심술 부리기 좋아하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일 게 분명하다. 신은 한 때 석진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던 대상임과 동시에 지금은 얄미워서 정수리를 쥐어 박고 싶은 존재다. 왜 이런 행복이 있다는 걸 진작 가르쳐 주지 않았나요? 과거를 들춰봐야 남는 건...

“왜 자꾸 오는데요” “나도 몰라요” “모르면 오지마요” “모르니까 오죠. 알고 싶어서” “장난쳐요 지금?” “장난으로 보여요?” 서준과 승현이 날을 한껏 세우고 대화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날을 세운 쪽은 서준이고 승현 쪽은 오히려 여유롭다. 승현은 서준에 대해 궁금해 한다. 서준은 승현을 경계한다. 그 원인은 같다. 두 사람 모두 서로가 전에는 느...

“자” “아냐 핫팩 나 있어” “들고 왔어?” “당연하지. 너도 추위 많이 타?” “아니” “근데 핫팩은 왜?” “형 필요한가 싶어서” “오오, 쫌 감동이다?” 보통 한 번 시작된 촬영은 해를 넘기기 일쑤다. 오늘은 변두리의 어느 한적한 세트장으로 촬영을 나왔기 때문에 서울 시내와는 밤 공기의 질감이 다르다. 촬영장에는 밤이면 엄습하는 추위를 견...